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거실에서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며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다. 방 안에 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고,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어떤 상황이었든, 그리고 누구 앞이든,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었다.
처음엔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들의 다음 행동이 참기 어렵게 만들었다. 자신의 행동을 장난처럼 넘기려 했고, 나는 그 순간 더 이상 감정을 누르지 못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해!”
목소리가 커졌다. 아들은 놀란 표정으로 자세를 고쳤고, 그제야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다그치며 다시 물었다.
“지금 니가 한 행동이 잘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제야 아들은 조심스레, 그러나 명확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아내는 내 팔을 조용히 붙잡았고, 나는 말을 멈췄다. 아들은 화장실로 들어갔고, 아마도 그 안에서 울었을 것이다.
잠시 후, 아내는 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별일 아닌데 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냐”고. 나는 억울했다. “그 행동이 잘한 행동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지만, 아내는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황에 대한 해석이 전혀 달랐다. 그리고 우리는 조용한 냉기 속에서 하루를 넘겼다.
다음 날, 퇴근길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는 나에게 아이의 장난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큰 소리를 낼 만큼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고.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 아이를 훈육한 일이 이렇게까지 비난받을 줄은 몰랐기에, 내심 억울했다.
그리고 문득, 아들도 억울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저녁에 외식을 하러 갔다. 평소에 한 번 가보자고 했던 치킨집이었다. 음식을 기다리며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악수를 건네며 아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네 행동을 오해한 것 같아. 미안하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잡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내 마음에 가득했던 억울함과 후회를 덜어내고, 다시 사랑과 이해로 채워 주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내 의도와 다르게 오해받고, 억울한 비난을 받은 적이. 특히 상대가 나보다 권위 있는 어른일 때는, 변명조차 못한 채 마음속으로 삭이며 버텨야 했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잘못은 잘못대로 말하되,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고 싶었다.
아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나의 사과는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그를 더 이해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그리고 아들의 미소는 그 소망이 잘 전해졌다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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