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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고문 속에서, 우리는 왜 절망하는가

인간은 언제 절망하는가? 단지 고통이 클 때, 괴로움이 깊을 때일까.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은 “고통의 크기보다 더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다”라고 말했다. “A man who could not see the end of his 'provisional existence' was not able to aim at an ultimate goal in life.” – Viktor E. Frankl, Man’s Search for Meaning (1946) 그는 나치 수용소에서의 극한 경험을 통해, 인간이 육체적 한계를 넘어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은 그 고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

침묵의 윤리: 우리가 선함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때때로 거리 한복판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하는 장면을 마주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침묵하고 멀찍이 서 있다. 누군가는 마음속으로 묻는다.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까?”이 질문은 단순한 도덕적 회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우리가 속해 있는 ‘무리’가 개개인의 판단과 윤리를 어떻게 억제하고 왜곡하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구조적 문제다.동조와 불확실함의 유혹무엇이 옳은지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타인의 판단을 따른다. 사람들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것을 기준 삼는다.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니 괜찮은 일인가 보다.” 이런 판단은 곧 우리의 양심을 잠재운다.이를 심리학에서는 동조(conformity)와 정..

진실은 늘 조용히 자란다

진실은 늘 조용히 자란다때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나의 글은 너무 작고, 세상의 소음은 너무 크다. 아이디어는 불완전하고, 표현은 서툴다.그래서 쓰기를 멈추고 싶어진다.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되새겨야 할 말이 있다.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진실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했다. 첫째, 조롱당한다.둘째,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셋째, 마침내 명백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창조하는 자는 처음에 웃음을 산다.낯설다는 이유로,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사랑한다.낯익은 멜로디, 자주 본 색채, 검증된 이야기.그래서 새로운 것은 마치 발화되지 않은 언어처럼, 처음엔 오해받기 쉽다.창조자는 그 조롱 앞에서 묻는다.“내가 틀린 걸까?” 그러나 기억하라.세상의 웃음은 진실이 발화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