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Web Fiction/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24

viarain 2025. 3. 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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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흐트러지는 균형"

각자의 선택이 더 깊은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서로에 대한 감정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사람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 도현과 혜원 – 가까워지는 경계선

공모전 준비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도현과 혜원은 오랜만에 강의실이 아닌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도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제 거의 절반은 마무리된 것 같은데, 이 정도 속도면 충분하겠죠?" 혜원이 커피를 젓다 말고 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현은 노트북 화면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분석 모델을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지금 방식이면 계산량이 너무 많아지거든."

혜원은 그의 설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흠… 그러면 시뮬레이션 돌릴 때 변수를 줄이는 게 낫겠네요. 근데 그렇게 하면 우리가 원래 목표했던 분석 방식이 조금 변할 수도 있는데?"

"그렇긴 한데, 효율성을 고려하면 이게 최선일 거야." 도현이 차분히 설명했다.

혜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그런데 도현 씨 말투 보면, 교수님 같아요. 너무 논리적이라 반박할 수가 없어."

도현은 피식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넌 너무 직관적인 스타일이야. 네 의견 듣다 보면, 그냥 해보고 싶어지게 만들거든."

혜원은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좋은 팀이네요. 나는 아이디어 던지고, 도현 씨는 현실적으로 정리해 주고."

도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그러네. 생각해 보니, 꽤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 자연스러워진 대화 속에서, 둘 사이의 경계선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2. 진우와 수연 – 어긋나는 시선

진우와 수연은 강의가 끝난 후, 도서관에서 마주쳤다. 둘 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만남은 언제나 반가웠다.

"너 오늘도 여기야? 학회 준비 많이 힘들어?" 진우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수연은 한숨을 쉬며 노트를 덮었다. "진짜, 생각보다 할 게 너무 많아. 근데 또 재미있긴 해."

진우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너 원래 뭘 해도 잘하잖아. 근데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인다."

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냥, 요즘 고민이 많아서 그래. 진짜 이 길이 맞는 건지."

진우는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 넌 뭐든 잘할 거야."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 그의 말은 단순했지만, 왠지 모르게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가끔은 이렇게 확신 없는 내게 확신을 주는 게 필요하더라."

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확신이 없을 때마다 나한테 오면 되겠네."

수연은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너, 요즘 나한테 너무 다정한 거 아니야?"

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만 그러는 건데?"

수연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3. 유나의 선택 – 가까이 있고 싶어서

유나는 창업 동아리에 대한 홍보 포스터를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동아리 활동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요즘 진우와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쩌면, 같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조심스럽게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들고 담당자의 자리로 갔다.

"동아리에 관심 있어서 왔어요." 유나가 말하자, 동아리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잘 왔어요! 이번 기수는 팀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인데, 혹시 관심 있는 분야 있으세요?"

유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일단 배우면서 결정해 보고 싶어요."

그녀는 동아리 방을 둘러보며 진우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다른 동기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라도 가까이 있으면, 다시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

그렇게 유나는 진우와 함께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창업 동아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4. 하윤과 민재 – 밀고 당기기

하윤과 민재는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언제나처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너 영화 볼 때 감정 이입 엄청 심한 거 알지? 혹시 또 울 거야?" 민재가 웃으며 말했다.

하윤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야, 감성 있는 사람이면 눈물 한 방울쯤은 흘릴 수도 있지. 너는 너무 감정이 없어서 문제야."

"난 현실적인 사람이거든. 감정 소비하는 거 싫어해." 민재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영화가 끝난 후, 카페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언제나처럼 편한 분위기였지만, 가끔씩 스치는 시선 속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돌았다.

"근데 너, 요즘 다른 애들 안 만나냐?" 하윤이 커피잔을 돌리며 말했다.

민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갑자기 그건 왜?"

"그냥. 원래 너 주변에 여자애들 많았잖아. 요즘은 조용한 것 같아서."

민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야말로. 너도 남자들 꽤 인기 많잖아?"

하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음… 만나볼까?"

민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 근데 내가 신경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장난처럼 들렸지만, 왠지 모르게 진지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각자의 감정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관계는 복잡해지고, 누구도 먼저 선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균형이 흐트러지고 있는 지금,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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