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갈등 폭발 – 터질 게 터졌다"
조별 과제는 더 이상 단순한 학업이 아니었다. 민재의 실수로 인해 저장된 파일이 사라지고, 이를 둘러싼 불만과 긴장감이 조원들 사이를 뒤덮었다.
"그래서, 우리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이수연이 팔짱을 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파일이 날아간 건 날아간 거고, 마감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진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연히 다시 써야지. 근데 그 전에 말 좀 하자."
그는 민재를 향해 단단한 눈빛을 보냈다.
"네가 장난처럼 넘기려고 하는 게 솔직히 너무 짜증 나. 우리 다 같이 고생해서 만든 건데, 그냥 '어쩌겠냐' 하고 넘어가려고? 네가 자동 저장을 안 한 게 잘못이야."
민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 그래서 지금 뭐 어쩌라는 거야? 나도 실수한 거 알고 있고, 우리 다시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 있어?"
도현이 조용히 듣고 있다가 말을 보탰다. "실수를 했으면, 최소한 책임지는 태도라도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까지 짜증 나는 건 네가 반응을 너무 가볍게 하기 때문이야."
"아, 그래? 그럼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빌까?" 민재가 비꼬듯이 말했다. "너네 진짜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어차피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고, 다시 할 거였잖아."
진우가 벌떡 일어나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 "진짜 어이가 없네! 네가 무슨 상황을 만든 건데, 왜 우릴 비꼬고 있어?!"
"진우야, 진정해." 하윤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었다.
이수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재야, 우리가 다 같이 책임지고 과제하는 거 맞아. 근데 네가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이면 우리도 같이 피곤해진다고."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하라고?" 민재가 양손을 벌렸다.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다들 그냥 다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고."
도현이 한숨을 내쉬며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우리가 화내는 건 네가 일부러 실수를 해서가 아니야. 네 태도 때문이야. 실수했으면 인정하고,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진짜 한 마디 한 마디 피곤하게 하네." 민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어. 됐지? 이제 그냥 다시 하면 되는 거잖아. 더 이상 말 길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노트북을 닫고 카페를 나가버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윤이 깊게 한숨을 쉬며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 엉망진창이 됐네…"
진우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고, 이수연은 커피잔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도현은 노트북을 닫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 어쩔 건데? 우리 진짜 이 상태로 보고서 작성할 수 있겠어?"
그 순간, 진우가 도현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넌 또 왜 이렇게 냉정한 척이야? 우리가 진짜 이 상태로 보고서 작성할 수 있겠냐고? 마치 넌 상관없다는 듯이 말하잖아. 네가 이렇게 계속 차갑게 구니까 더 짜증 나는 거 아니야?"
도현이 진우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도 짜증이 서려 있었다. "그럼 넌 지금 화만 내면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해? 이미 터진 일이잖아. 감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바뀌는 게 있어? 네가 이렇게 나와서 뭐가 달라지냐고."
진우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니까 넌 계속 논리만 찾겠다는 거야? 감정도 없는 기계처럼? 우리는 다 힘든데, 넌 그냥 상황 정리하는 게 중요하지?"
도현이 마침내 참았던 짜증을 터뜨렸다. "너야말로 감정적으로만 반응하니까 문제야! 내가 아무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감정적으로 얽혀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러는 거잖아!"
하윤이 둘을 번갈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또 시작이네…."
이수연이 조용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과제는 해야 하고, 마감일은 가까워지고 있어. 지금 중요한 건 감정 싸움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든 해내는 거 아니야?"
도현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냉정을 되찾으려는 듯 노트북을 천천히 닫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감정이 너무 격해진 상태에서 뭘 해도 제대로 안 될 거야."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별 과제의 회의는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진우는 감정을 정리할 겸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화를 내긴 했지만,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렇게 걷는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잖아."
진우가 고개를 돌리자, 민재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표정이 남아 있었지만, 어딘가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진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민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좀 생각할 것도 있고. 너도 그렇잖아."
진우는 한숨을 쉬며 벤치 옆에 앉았다. 잠시 말없이 공원을 바라보았다. 가을밤의 공기는 싸늘했지만, 어쩐지 마음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솔직히, 네 태도에 좀 빡쳤다." 진우가 입을 열었다.
"알아." 민재가 짧게 대답했다. "근데, 난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 난 그냥…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었잖아. 우리 다 힘들었고, 너까지 그러니까 더 짜증 났던 거지."
민재가 작게 웃었다. "넌 감정이 너무 앞선다니까. 근데… 덕분에 솔직한 얘기들이 다 나오긴 했네."
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쏘아붙였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고맙다는 거야?"
민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근데 가끔 네가 그렇게 폭발하는 게 오히려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긴 해."
진우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말 할 거면 네가 좀 더 일찍 사과를 했어야지."
"야, 나도 할 말 많거든?" 민재가 반박하며 팔짱을 꼈다. "솔직히 나도 처음부터 그럴려고 한건 아냐. 근데 너네 반응이 너무 과한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더 삐딱하게 나왔던 거야.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 태도가 문제였던 것도 맞긴 해."
진우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맨날 이렇게 싸우면서 할 순 없잖아."
민재가 장난스럽게 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야, 앞으로 싸울 땐 좀 적당히 하자. 너무 열정적으로 덤비지 말고."
진우가 피식 웃으며 민재의 어깨를 툭 밀쳤다. "네가 먼저 적당히 해.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이렇게 두 사람은 먼저 화해했다. 하지만 조별 과제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다. 아직 도현과의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진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민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듯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결국 다시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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