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45

제45화: "운명을 마주하는 순간"

하윤과 수연은 도서관에서 발견한 기록을 손에 쥔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진우와 도현의 전생이 왜곡된 이유가 성훈과 유나 때문이었다니.

"…우리가 이걸 알아도, 뭘 할 수 있을까?" 하윤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수연은 기록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진우와 도현에게 말해야 해. 이대로 두면 둘 다 엇갈린 운명 속에서 계속 싸우게 될 거야."

"하지만… 우리가 이걸 알려준다고 해서 진우가 받아들일까?" 하윤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그가 믿어왔던 전부를 뒤집는 이야기야. 게다가… 도현도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잖아."

수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해."

---

1. 도현과의 만남

다음 날, 두 사람은 도현을 찾아갔다.

그는 연구실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창가에서 햇살이 비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야?" 도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윤과 수연은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앉았다.

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현, 우리가 알아낸 게 있어. 너와 진우의 전생이 왜곡된 이유에 대해서."

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수연이 조용히 말했다. "너와 진우가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는… 전생에서 성훈과 유나가 개입했기 때문이야."

그 순간, 도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성훈과 유나?"

하윤은 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성훈은 네가 진우를 배신한 것처럼 보이도록 예언을 조작했어. 그리고 유나는 진우의 기억을 왜곡해서, 네가 배신자라고 믿도록 만들었어."

도현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게 사실이라면," 도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가 진우를 찌른 건… 운명이 아니라, 조작된 결과였다는 거야?"

수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낸 운명이었어."

---

2. 성훈과의 대면

그날 저녁, 하윤은 성훈을 찾아갔다. 그는 운동장을 걷고 있었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성훈아."

그는 걸음을 멈추고 하윤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하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전생에서… 예언을 조작했지?"

성훈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우린 다 알아. 네가 내 예언을 바꾸고, 진우와 도현의 운명을 엉망으로 만든 것도."

성훈은 조용히 웃었다. "그래서? 이제 나를 비난하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하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해? 네가 바꾼 운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 몰라?"

성훈은 피식 웃으며 한 발짝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넌 나를 기억하고 있잖아. 네가 진우나 도현에게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어도, 결국 너도 나를 찾아왔잖아."

하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용서될 수는 없었다.

---

3. 유나의 혼란

한편, 수연은 유나를 찾아갔다. 유나는 혼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나야."

유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불안정해 보였다. "…뭐야?"

수연은 조용히 말했다. "네가 한 일, 진우가 알게 되면 어떡할 거야?"

유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입술을 깨물었다. "난… 그저 그를 사랑했을 뿐이야. 왜 난 그 사람을 가질 수 없었던 거야?"

수연은 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말하면, 네가 한 행동이 정당화돼?"

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우가 널 증오할지도 몰라." 수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다면, 이제라도 네가 한 일을 인정해야 해."

유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난 다르게 했을까?"

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유나가 스스로 깨달아야 할 문제였다.

---

4. 민재, 운명의 관찰자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민재는 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이 지점까지 왔네."

그는 창가에 앉아 흥미롭게 중얼거렸다. "이제 남은 건… 진우가 이 모든 걸 알게 되는 순간뿐이야.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모든 것이 결정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