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44
제44화: "뒤엉킨 운명"
진우와 도현의 전생 기억이 서로 다르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후, 하윤과 수연은 마지막 단서를 찾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기억이 이렇게 엇갈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기억의 조작자는 누구일까?
1. 성훈과 유나, 변질된 감정
"이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해." 하윤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다시 책을 펼쳐 보았다. "진우와 도현이 기억하는 전생이 다르다는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억을 조작했다는 거야."
수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건 누가 한 걸까? 전생의 사건을 왜곡할 수 있는 존재라면… 보통 사람이 아닐 텐데."
그 순간, 하윤은 머릿속에서 오래전부터 떠돌던 어렴풋한 감정을 떠올렸다. "성훈… 그리고 유나."
수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그들이 전생의 기억을 조작했다는 거야?"
2. 성훈의 사랑, 왜곡된 선택
전생에서, 성훈은 하윤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예언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했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훈은 그녀를 지키고 싶었지만, 그녀는 늘 먼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사랑한 사람은 오직 하윤이었지만, 하윤의 관심은 항상 진우와 도현에게 향해 있었다.
그 순간부터, 성훈의 마음속에는 왜곡된 감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기억을 바꾸면 된다."
성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그 운명 자체를 뒤틀어버리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결국, 성훈은 전생에서 하윤을 붙잡기 위해 그녀의 예언이 어긋나도록 개입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도현과 진우의 운명이 엇갈리게 되었다.
예언의 변경과 그 결과
하윤은 신의 계시를 받아 왕국의 멸망을 예언했다. 그녀의 예언에 따르면, 도현이 진우를 지키기 위해 희생해야 했고, 진우는 결국 새로운 왕국을 세우며 운명을 이끌어나가야 했다. 그러나 성훈은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몰래 하윤의 예언을 변형시켰다. 신탁을 전하는 사제들에게 거짓된 기록을 심어, 도현이 진우를 배신하고 왕국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예언을 퍼뜨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우는 도현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그가 마지막 순간 도현의 손에 쓰러질 때까지도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믿었다.
성훈은 그렇게 하윤을 자신 곁에 묶어두려 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그의 개입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을.
하윤과 수연에게 미친 영향
성훈의 개입은 단순히 진우와 도현의 관계를 왜곡한 것만이 아니었다. 하윤은 신탁을 받는 예언자로서 신의 의지를 전해야 했지만, 성훈이 왜곡한 예언은 그녀가 전하려던 진실과 전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말한 예언이 틀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예언이 불완전해지는 순간, 하윤의 존재 의미도 무너졌다. 그녀는 전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해야 했다. 그녀가 지키려 했던 사람들은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았고, 그녀가 계획했던 미래는 엉망이 되었다. 결국 그녀는 신탁을 거부당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말한 예언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수연 또한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진우의 곁을 지키던 사람이었고, 전생에서도 그는 그녀에게 의지했다. 그러나 유나가 진우의 기억을 조작하면서, 진우는 점차 수연과의 관계에서도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나는 수연이 진우를 향한 믿음을 흔들도록 하기 위해, 그녀가 전할 수 있었던 정보들을 왜곡했다. 결국 수연은 진우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도현에게 배신당했다고 믿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은 성훈과 유나의 선택 때문이었다. 그들의 감정이 만들어낸 결과가, 전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모든 것을 뒤틀어버렸다.
3. 유나의 사랑과 증오
유나 역시 전생에서 진우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녀가 진우를 원했을 때, 그의 곁에는 늘 수연이 있었다. 그 사실이 유나를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사랑은 증오로 변질되었고, 유나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어."
그녀는 신의 힘을 빌려 진우의 운명을 뒤틀었다.
진우가 도현을 배신자로 기억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유나였다. 그녀는 진우가 도현을 증오하도록 기억을 조작했고, 그 결과 두 사람의 인연은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4. 모든 것을 조종한 자, 민재
그러나 성훈과 유나의 감정만으로 이렇게 복잡한 일이 벌어질 수는 없었다.
그 모든 과정을 뒤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실을 조종한 사람이 있었다. 민재.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성훈과 유나의 감정을 이용해 전생의 기억을 왜곡한 것은 바로 그였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장난으로 이 일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운명의 끝을 보고 싶었다.
"네가 결국 어디까지 갈지 궁금했어, 진우." 민재는 혼잣말을 하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거의 다 왔네. 자, 이번 생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