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viarain 2025. 4. 9. 10:14

수연과 하윤은 언제부터인가 단편적인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꿈에서 본 것인지, 상상의 조각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점점 더 자주, 점점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단순한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심어주었다.

그날 밤, 수연은 또다시 꿈을 꾸었다.

끝없는 불길 속에서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막으려 했다. 붉은 하늘 아래, 강렬한 검광이 번뜩였다. 전투가 한창이었고, 그녀는 몸을 숨긴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멈추세요! 이건 당신들의 운명이 아니에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눈앞에는 진우와 도현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눈빛은 차가웠고, 손끝이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 도현의 검이 진우의 심장을 꿰뚫었다.

순간적인 충격과 함께 수연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떴다.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꿈이 너무도 현실적이었다는 것.

그녀는 손을 떨며 속으로 되뇌었다.

‘도대체… 저건 뭐야?’

비슷한 시간, 하윤도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좀 더 조용한 분위기였다.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자신. 그리고 그녀 앞에는 도현과 진우가 있었다.

그녀는 책을 들고 있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예언하는 사람.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건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말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는 꿈속에서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지? 그리고 왜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거지?’

그 순간, 도현과 진우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하윤은 숨을 헐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손끝이 차가웠다.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었음을 직감했다.

다음 날, 수연과 하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너도… 이상한 꿈을 꾸지 않았어?”

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연은 순간 움찔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그게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나도 그래.”

그녀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서로를 보며 불안하게 웃었다.

“우리, 정말 미친 거 아닐까?”

수연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야.”

수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결심한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럼… 이 기억이 진짜라면, 우리 둘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

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가 이걸 알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방법을 찾아야 해.”

두 사람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이제, 그들은 서로의 역할을 깨닫고 있었다.

진우가 알아서는 안 된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