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38
제38화: "서로를 향한 한 걸음"
도현과의 저녁 식사 이후, 진우는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도현은 단순히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 그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진우가 아는 것과 도현이 아는 것이 완전히 다른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파헤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1. 도현의 접근
다음 날, 진우는 도서관에서 연구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전 수업이 끝난 후 한산해진 도서관은 조용했다. 가끔씩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조용한 속삭임만이 공간을 메웠다.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야,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도현이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기류가 느껴졌다.
"무슨 일인데?"
도현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너랑 같이 연구해보고 싶은 게 있어.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프로젝트인데, 너도 관심 있을 것 같아서."
진우는 책상에 팔을 괴고 도현을 바라보았다. "어떤 프로젝트인데?"
도현은 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고급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이용해서 경영 전략을 세우는 프로젝트야. 실제 기업 사례를 연구하고, 새로운 분석 모델을 제안하는 게 목표지. 너도 데이터 분석 쪽으로 관심 있었잖아."
진우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이건 확실히 흥미로운 기회였다. 하지만 도현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 동시에, 도현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와 가까워질 필요도 있었다.
"그래, 한번 이야기 들어볼게. 언제부터 시작하면 돼?"
도현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녁에 한번 미팅할까? 프로젝트 팀원들도 만나야 하니까."
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디서 볼까?"
"연구실에서 보자. 교수님도 계실 테니까."
2. 수연과 하윤의 고민
"진우가 점점 도현에게 다가가고 있어."
하윤은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를 젓다가 말했다. 창밖에는 캠퍼스를 걷는 학생들이 보였다. 몇몇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일부는 혼자 이어폰을 낀 채 책을 읽고 있었다. 그 평범한 풍경과 달리, 하윤과 수연의 표정은 무거웠다.
수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면 안 되는데… 저렇게 가다간 분명 더 깊이 얽히게 될 거야."
하윤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근데 막을 수도 없어. 진우는 이미 결심했어. 그리고… 우리도 말할 수 없잖아?"
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전생의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가장 큰 문제였다.
"진우가 무슨 선택을 하든… 결국 우리가 보호할 수밖에 없겠지."
하윤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닐 거야. 만약 진우가 전생의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수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뿐일지도 몰랐다.
3. 민재의 장난스러운 미소
멀리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민재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도서관 한쪽에서 책을 읽고 있는 척했지만, 실은 진우와 도현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좋아, 좋아. 이제 좀 더 흥미로워지고 있네."
그는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다음은… 어떤 전개가 될까?"
민재는 모르는 척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평범한 학생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의 눈이었다.
"자, 이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 한 번 볼까?"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책을 덮었다. 이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