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30
제30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다"
진우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방금 떠오른 기억이 너무나 선명했다.
'전생의 원수. 박도현.'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도현과 함께 웃고 떠들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한순간에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진우야? 괜찮아?"
옆에서 수연이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진우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정리하며 웃어 보였다. "어? 아, 괜찮아. 그냥 좀 취했나 봐."
수연은 의심스럽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술 많이 안 마셨잖아. 피곤한 거 아니야?"
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아니야. 그냥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그 순간, 맞은편에서 도현이 고개를 들어 진우를 바라봤다. 도현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진우, 요즘 많이 바쁘지?" 도현이 물었다.
진우는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동아리 활동도 있고,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어서."
도현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네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 보니까 좋네.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진 것 같아."
'성숙? 네가 나를 죽였던 그 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을까?'
진우는 속으로 씁쓸하게 중얼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고맙다. 너도 요즘 잘 나가잖아. 교수님한테 인정도 받고."
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근데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그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서 또다시 떠올랐다.
'이번 생에선 다를 거야.'
진우는 서서히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결심했다.
전생의 원수와 이번 생에서 다시 얽혔다면, 이번엔 절대 당하지 않겠다.
하지만 성급하면 안 된다. 천천히, 확실하게.
"그래,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전과 달라져 있었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