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29
제29화: "되살아나는 기억"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잔이 비워질 때마다 누군가가 새로운 술을 주문했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야, 그래서 너네 동아리는 잘 돼가냐?" 민재가 진우에게 물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뭐, 그럭저럭. 요즘 바빠서 정신 없긴 한데 그래도 재밌어."
수연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진우 요즘 완전 열정 가득하잖아. 나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고."
"그건 네가 나랑 같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진우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수연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가벼운 대화들이 오고 갔다. 각자의 고민과 근황이 공유되었고, 웃음소리가 번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점점 진지해졌다.
조용히 시작된 도현의 이야기
잠시 대화가 끊어졌을 때, 도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 교수님이 내 연구를 높이 평가해 주셨어. 덕분에 조금 더 깊이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
술잔을 들던 손들이 잠시 멈췄다.
"진짜? 대박인데?" 민재가 감탄하며 말했다.
혜원도 자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도현이 진짜 열심히 했거든. 교수님도 엄청 신경 써 주셨고."
"와… 부럽다. 신입생 때부터 그런 기회 잡기 쉽지 않은데." 성훈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건 도현이네?" 유나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진우의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되살아나는 기억
도현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듯 번졌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 단순한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기억의 파편이 깨져 나가며 강렬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눈앞에 앉아있는 도현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니, 그 얼굴은 낯설지 않았다. 낯설어야 할 얼굴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피.
붉게 물든 손.
그 차가운 시선.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의 눈앞에서 자신이 무너졌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맞다. 쟤가 나를 죽였었지.'
숨이 거칠어졌다. 술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피가 뜨겁게 솟구쳤다. 온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가, 순식간에 불타는 듯한 감각이 몰려왔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진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한순간 망각 속에 묻혀 있던 기억이 완전히 깨어났다.
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