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Web Fiction/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28

viarain 2025. 3.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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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뜻밖의 술자리"

진우와 민재는 오랜만에 단둘이 술집에서 마주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몇 잔이 비워진 상태였고, 분위기는 점점 편안해지고 있었다.

"야, 우리도 참 변했다. 예전엔 이 시간에 PC방 가거나 컵라면이나 뜯어먹고 있었는데." 민재가 술잔을 기울이며 웃었다.

진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제는 술 한잔하면서 친구들 근황이나 걱정하는 어른들 다 됐네."

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나야말로 변한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하윤이랑 계속 부딪히는데… 솔직히 좀 피곤해."

진우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민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네 요즘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하던데. 그냥 사소한 다툼이야, 아니면 진짜 심각한 거야?"

민재는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모르겠어. 난 예전처럼 그냥 가볍게 만나고 싶은데, 하윤이는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아. 네가 보기엔 어때?"

진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네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윤이가 원하는 게 틀린 건 아니잖아. 그냥 서로 맞춰 가는 과정 아닐까?"

민재는 고개를 젓고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켰다. "그 과정이 힘든 거지."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런 얘기는 나 혼자 들을 게 아니라, 다 같이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윤이도 불러. 솔직히 너희 둘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이야기해 보는 게 낫지 않겠냐?"

민재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래, 부를게. 너도 다른 애들 불러라. 이왕 이렇게 된 거, 조원 모임이나 다시 하자."


뜻밖의 만남

진우는 술잔을 내려놓고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해? 우리 오랜만에 모일까 하는데. 민재가 하윤이랑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수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래? 오랜만에 조원 모임이네. 근데 이왕이면 도현이도 부를까?"

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좋지. 오랜만에 다 모이는 거네."

도현을 부르기로 한 수연은 바로 연락을 넣었고, 하윤은 자신을 위로해 줬던 성훈과 유나까지 부르며 술자리는 예상보다 커지게 되었다.


미묘한 술자리

술집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조원들과 친구들. 각자의 감정이 섞인 미묘한 분위기가 자리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

하윤은 조용히 자리에 앉으며 민재를 한 번 바라봤다. 민재도 무표정한 얼굴로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곁눈질로 그녀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그때 성훈이 하윤 옆에 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하윤은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그냥…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성훈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계속 힘들어하는데, 꼭 참고 있을 필요는 없어. 가끔은 네 감정을 우선으로 둬도 돼."

하윤은 성훈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 조언이 자신을 얼마나 위로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민재는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하윤과 성훈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거슬렸고, 둘의 대화는 자신이 모르는 영역처럼 느껴졌다. 손에 쥔 술잔을 힘껏 움켜쥐며, 민재는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저 분위기는."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가까이에 있던 진우가 눈치를 챘다. "너 괜찮냐?"

민재는 표정을 감추려 애쓰며 말했다. "괜찮아. 근데 성훈이, 저렇게 위로까지 해줘야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었나?"

진우는 민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윤이가 힘들었으니까. 그냥 친구로서 해주는 거겠지."

하지만 민재는 그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속이 묘하게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켰다.


도현의 깜짝 발표

진우는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 오랜만에 모였으니까 일단 건배부터 하자. 그래도 우리는 한 팀이었잖아."

도현이 잔을 들며 말했다. "그래, 적어도 그건 변함없지."

모두가 잔을 맞부딪혔다. 하지만 각자의 속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때 도현이 옆에 앉아있던 한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맞다. 다들 인사해. 혜원이야. 내 여자친구."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모두의 시선이 혜원에게 향했다. 혜원은 살짝 어색한 듯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도현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진우는 놀란 듯 웃으며 말했다. "와,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언제부터야?"

혜원은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모전 끝나고 자연스럽게…?"

수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짜 몰랐네. 도현이 그런 말 하나도 안 했는데?"

도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특별히 숨길 이유도 없었고. 그냥 자연스럽게 된 거라."

분위기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각자 다른 감정이 얼굴에 스쳤다. 혜원의 등장으로 술자리는 더 미묘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많은 감정들이 표출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술자리가 단순한 재회의 자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그 누구도 아직은 깨닫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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