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27
제27화: "변화의 한 달"
한 달이 지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공모전의 결과가 발표되었고, 관계는 더욱 깊어지거나, 혹은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누구도 이제 예전과 같은 감정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1. 도현과 혜원 – 신입생 최초 공모전 입상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던 날, 도현과 혜원은 교수님의 연구실로 불려갔다.
"신입생으로서 유일하게 입상한 팀이라니, 정말 대단하군요." 교수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혜원은 긴장한 듯 손을 모으고 있었다. "정말 감사해요, 교수님. 사실 저희도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가 나올 줄 몰랐어요."
도현은 차분히 대답했다. "팀워크가 잘 맞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혜원이 조사 부분을 잘 정리해 줘서 분석도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이어갔다. "좋은 팀워크였던 만큼, 앞으로도 이 경험을 잘 살려나가길 바랍니다. 혹시 더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요? 신입생이지만 충분히 더 큰 무대에서도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혜원은 도현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럴 기회가 있다면… 계속 함께 해볼래요?"
도현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보자."
그 순간, 단순한 팀워크를 넘어선 신뢰가 그들 사이에 싹트고 있었다.
혜원이 조용히 도현의 옆에 섰다. 교수님이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손끝을 도현의 손등에 가볍게 얹었다.
도현은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살짝 잡아주었다.
혜원은 긴장한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지만,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도현도 조용히 웃었다.
교수님이 다시 말을 건넬 때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놓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들만이 아는 순간이 있었다.
2. 진우와 수연 – 함께하는 학교생활
진우와 수연은 이제 서로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학교에서든, 동아리에서든, 둘은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였다.
"너 오늘 오후에 시간 돼? 동아리 프로젝트 자료 정리하려고 하는데." 진우가 노트북을 정리하며 물었다.
수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네가 하자면 다 해야지. 근데 대신 커피 한 잔 사주기."
진우는 피식 웃으며 카페 메뉴를 확인했다.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로?"
수연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봐줄게. 근데 요즘 네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원래 이렇게 적극적이었어?"
진우는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너한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
수연은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내가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진우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냥 편하게 있어.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 말을 듣자, 진우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나한테 더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보너스 하나 줄까?"
"보너스?" 수연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진우는 그녀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수연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새빨개져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너…!"
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귀엽게 놀라는데?"
수연은 당황한 채로 얼굴을 감싸며 눈치를 살폈다. "진짜… 사람들 있잖아!"
진우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속삭였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지?"
수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그를 노려보다가, 결국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3. 성훈과 유나의 위로 – 조용히 곁에 있는 사람
하윤은 싸움 후 혼자 벤치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때, 성훈과 유나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괜찮아?" 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윤은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안 괜찮아."
성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아도 돼. 근데 우리한테는 말해도 돼."
유나는 한쪽 손을 내밀며 하윤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너랑 민재가 요즘 자주 싸운다는 거 알고 있었어. 근데 네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건 몰랐어."
하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냥… 너무 답답해. 나는 진지한데, 민재는 항상 가볍게 넘겨. 가끔은 내가 혼자 힘 빼고 있는 느낌이야."
성훈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윤아, 네가 원하는 게 틀린 게 아니야. 민재가 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네가 더 참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어. 그냥 네 마음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면 돼."
유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 네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 우리도 같이 속상해. 그러니까 뭐든 숨기지 말고 말해줘."
하윤은 두 사람의 말에 순간 울컥했지만, 눈물을 삼키며 작게 웃었다. "고마워. 나 이런 말 들어본 거 너무 오랜만이야."
유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들려줄게. 우리가 있잖아."
성훈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편해질 때까지, 언제든 옆에 있을게."
4. 유나의 질투 – 조용히 커져가는 감정
유나는 요즘 이상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원래 진우와 수연이 가까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달 사이에 그들의 관계는 더 이상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깊어 보였다.
진우가 수연을 바라보는 눈빛, 수연이 무심코 진우의 팔을 잡으며 웃는 모습. 그런 사소한 것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
'예전엔 저렇게까지 하진 않았잖아…?'
유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점심시간, 우연히 카페에 들른 유나는 창가 자리에서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진우가 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었다. 수연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휘젓다가, 결국 작게 웃으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유나는 마치 가슴이 조이는 것 같았다.
'나였다면… 나는 한 번도 저렇게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무의식적으로 손을 꽉 쥐었다. 그녀는 곧이어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아니야, 나는 친구야. 그냥 친한 친구일 뿐이야.'
하지만 이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하지만 강렬하게 유나의 마음을 점령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야 해. 그래야 해.'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5. 하윤과 민재 – 다투는 날이 늘어가는 관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장난처럼 가볍고 즐거웠다. 하지만 민재의 가벼운 성격이 점차 문제로 다가왔다.
"너, 오늘도 연락 안 했잖아? 난 계속 기다렸는데." 하윤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민재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미안. 동아리 친구들이 갑자기 모이자고 해서. 뭐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일인가?"
"예민?" 하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기다렸고, 너는 아무 말도 없이 나 몰래 놀러 갔다 왔어. 내가 화내는 게 이상해?"
민재는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하윤아, 진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 우리 연애가 꼭 이렇게 빡빡해야 돼?"
하윤은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듯 소리쳤다. "빡빡? 나는 그냥 당연한 걸 요구한 거야! 너는 나한테 아무런 신경도 안 쓰면서,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살잖아! 내가 네 뭐야? 그냥 심심할 때 만나는 사람?"
민재도 감정을 억누르지 않았다. "그럼 넌 뭐, 연애하면서 하루 종일 연락해야 하고, 내가 네 허락받고 친구 만나야 해? 그렇게 꽉 막힌 관계가 좋아?"
하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진짜 넌… 넌 아무것도 몰라. 난 이렇게 계속 참고 싶지 않아."
둘 사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웃으며 시작된 관계였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상처 주는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제 관계의 변화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었다. 누구는 가까워지고, 누구는 점점 멀어지면서. 그리고 어떤 감정들은 더 깊이 숨겨지며 자라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