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원수, 이번 생에 갚겠다 - 26
제26화: "멈출 수 없는 감정"
모든 것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관계는 변하고, 감정은 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과 놓아야 하는 감정이 명확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1. 도현과 혜원 – 더 이상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만남
공모전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다. 발표까지 마친 후,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도현과 혜원은 여전히 서로를 자주 마주쳤다.
"뭐야, 또 도서관이야?" 혜원이 일부러 놀리듯 말했다.
도현은 책에서 고개를 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야말로 왜 여기 있어? 공모전 끝났으니까 이제 자유롭게 쉬는 거 아니었어?"
혜원은 옆자리에 앉으며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도현 씨랑 너무 자주 만나다가 안 만나니까 이상해서."
도현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말이 가볍게 들렸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걸렸다. "그럼 그냥 이유 없이도 만나면 되겠네."
혜원은 그의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 "그래요. 이제 굳이 공모전 핑계 댈 필요는 없겠네요."
그렇게, 이제는 이유 없이도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2. 진우와 수연 –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
진우와 수연은 저녁을 먹으러 함께 나왔다. 평소처럼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수연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진우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너한테만 그러는 건데."
더 이상 애매하게 넘길 수 없었다. 그녀는 수저를 내려놓고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야. 네가 전에 했던 말, 진짜 무슨 뜻이었어?"
진우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말 그대로야."
"그게… 그냥 친구로서의 의미야?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거야?"
진우는 한숨을 쉬며 잠시 생각했다. "수연아, 난 네가 항상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그게 전부야."
수연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감정이 더 이상 혼란일 수 없다는 것을.
"그럼… 내가 계속 옆에 있어도 돼?"
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말로 내가 원하는 거야."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3. 유나와 진우 –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
유나는 진우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있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진우가 무심코 수연의 이야기를 할 때, 유나는 자신의 손을 꼭 쥐었다.
"수연이는 가끔 자기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옆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 진우가 말했다.
유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응. 네가 봐도 그렇지 않아? 수연이는 가끔 자기 감정 숨기는 스타일이잖아."
유나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말했다. "맞아… 그런 것 같아."
그 순간, 유나는 깨달았다. 진우는 단 한 번도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본 적이 없다는 걸.
4. 하윤과 민재 – 시작과 동시에 익숙해지는 관계
하윤과 민재는 언제나처럼 함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단어 대신, ‘우리’라는 단어가 조금 더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거 신기하지 않아?" 민재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가 사귀게 된 지 딱 일주일 됐대."
하윤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야, 누가 날짜 세라고 했어?"
민재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랑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귀니까 뭔가 재밌어. 예전이랑 똑같은데도, 뭔가 다르잖아."
하윤은 피식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 근데 이상하게 안 어색하지?"
민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 "원래 그럴 운명이었던 걸 수도 있지."
하윤은 그 말을 듣고 한순간 멈칫했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5. 성훈과 하윤 – 늦게 깨달은 감정
성훈은 하윤과 민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두 사람. 하지만 이제 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것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인정해야 할 감정이라는 것도.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말했다. "잘 됐다. 정말 잘 됐어."
하지만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도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