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이 흔한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후벼 판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까지, 아니, 어쩌면 내 삶의 모든 순간이 그랬는지도 모른다.
애써 세운 계획은 늘 어딘가 삐끗하고, 정성을 쏟은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손안에 쥐고 있던 모래가 스르르 빠져나가듯, 잡으려 할수록 더욱 멀어져만 가는 것들.
어릴 적에는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다.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고집스러운 아이의 투정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거대한 존재였다.
사람의 마음은 또 어떤가.
이해하려 애쓸수록 미궁에 빠지는 타인의 감정, 심지어 내 자신의 마음조차도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결심했다가도 이내 흔들리는 갈대처럼.
비바람 부는 날, 창밖을 한참 바라본다.
거센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가지들은 사정없이 흔들리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비가 쏟아지는 대로 그저 온몸으로 받아낼 뿐이다.
저 나무들은 자신들이 바람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저항하는 대신,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법을 택한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래야 할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붙들고 씨름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그저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욕심의 끈을 조금만 느슨하게 놓아주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와 평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는 이 말이, 이제는 더 이상 좌절의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지혜,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내는 겸허함을 가르쳐주는 인생의 스승처럼 느껴진다.
바람 앞에 선 갈대처럼,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고, 그 안에서 나만의 춤을 추는 법을 배워가는 오늘이다.